아시아 혈장 주요국 한ㆍ일 공격적 설비 투자 돌입
급성기 단발성 사용서 자가면역부터 항암까지 처방
◇ 글 싣는 순서
① 수요 따라서 혈장제제 설비투자도 증가
② 인간 혈액 만이 원료, 문제는 혈장 확보
③ '더블'의 시대, 한국에 꼭 불리하지 않다
한일 양국의 '면역글로불린' 생산 경쟁, 이유가 있다
GC녹십자는 16일 충청북도·청주시와 중장기 투자협약을 맺었다. 회사는 2026년부터 2033년까지 8년간 오창공장에 5300억원을 투입하는데, 대략 1400억원을 20% 고농도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GC5136B' 전용 생산라인 구축에 배정했다.
GC5136B는 녹십자가 5대 최우선 파이프라인 중 최상위 자산으로 꼽은 제품으로 현재 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 안착한 정맥주사제 '알리글로'에 이어 피하주사 시장까지 잡겠다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대 혈액제제 기업인 일본혈액제제기구(JB)는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새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JB는 기존 2개 공장 증강을 포함해 2040년도까지 약 2000억엔을 투자해 원료혈장처리 능력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와 성격은 다르지만 제제 생산과 수요 감당이라는 점에서 같다.
GC녹십자 직원들이 알리글로 포장을 하고 있다.
급성기 한 번 쓰고 말던 약, 이제 오래 많이 맞는다
면역글로불린은 오랫동안 원가율 높은 필수의약품 성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위상이 달라졌다. 과거 원발성 면역결핍 등 급성기 치료에 주로 쓰였지만 최근 만성염증성탈수초성다발신경병증(CIDP)과 다초점운동신경병 등 신경 자가면역 질환까지 처방이 넓어졌다. 급성기 한 번 쓰고 마는 약에서 수년간 정기적으로 맞는 약으로 바뀐 것이다.
정기 투여는 수요의 크기를 바꾼다. 급성기 치료는 위기를 넘기면 투여가 끝나지만 만성 신경질환 환자는 수개월에서 수년간 주기적으로 투여받아야 한다. 환자 한 명이 쓰는 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다. 진단 기술이 발전하고 숨어 있던 환자가 발굴되면서 처방 저변도 함께 넓어졌다.
수요를 늘리는 또 하나의 축은 항암제다. 최근 국내 개발 신약으로 허가 받은 '림카토'가 속한 CAR-T 치료제는 암세포를 겨냥하는 과정에서 항체를 만드는 정상 B세포까지 함께 사멸시킨다. 항체를 찍어내던 공장이 멈추는 셈이기에 감염을 막으려면 건강한 헌혈자의 혈장에서 모은 면역글로불린을 반복해 투여해야 한다.
그 필요성은 최근 대한혈액학회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론됐다. 김석진 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CAR-T 치료 뒤 B세포 고갈 현상이 수개월에서 2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면역글로불린 수치를 조절하기 위한 면역글로불린 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CAR-T와 이중특이성 항체는 다발골수종·림프종 등을 넘어 적용 가능한 암종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치료받는 환자가 늘수록 그 뒤 감염을 막기 위한 면역글로불린 수요도 함께 커진다. 해외 기준은 예방적 투여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미국 33개 암센터가 참여하는 학술네트워크 NCCN은 CAR-T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의 면역글로불린 수치가 400mg/dL 아래로 떨어지면 감염이 없어도 투여를 권고한다. 유럽종양학회(ESMO)도 400~600mg/dL 구간의 예방적 투여를 표준으로 제시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이렇게 수요가 늘어나는 세계 면역글로불린 시장이 2022년 134억달러에서 2032년 25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료를 대는 혈장분획제제 시장도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 집계 기준 2024년 337억달러에서 2034년 653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봤다. 면역글로불린은 2024년 기준 혈장분획제제 매출의 약 47%를 차지한다.
혈장은 부족... 생산능력 확보한 기업이 수요를 가져간다
문제는 수요다. 하지만 수요가 는다고 생산이 곧바로 따라붙지는 않는다. 면역글로불린은 사람의 혈장에서만 뽑아낸다. 완제품 출하까지 1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설비를 미리 늘려두지 않으면 커지는 시장에서 물량을 대지 못한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 아시아의 기관들과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다.
먼저 생산 능력을 확보한 기업이 커지는 시장을 가져간다. 지금의 증산 경쟁은 미래 수요를 가져가기 위한 선점 다툼이다. GC녹십자가 1400억원을 쏟는 이유도 이 구도안에 있다. 미국 자회사인 ABO홀딩스를 위해 원료를 확보하는 한편 제품은 편의성 높은 20% 피하주사제를 개발해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GC녹십자의 알리글로는 올해 1분기 매출 3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4배 수준의성장을 이뤘다.
결국 새로운 경쟁 국면은 ①의료계의 처방 전환 ②적응증의 확보 ③혈장 확보만큼 중요한 생산시설이 맞물린 환경에서 펼쳐질 것이다. 면역글로불린은 세계 의약품 시장의 핵심 제제로 떠올랐다. 문제는 혈장의 확보다.
이우진 수석 기자 wjlee@hitnews.co.kr
출처 : 히트뉴스(https://www.hitnews.co.kr)
아시아 혈장 주요국 한ㆍ일 공격적 설비 투자 돌입
급성기 단발성 사용서 자가면역부터 항암까지 처방
◇ 글 싣는 순서
① 수요 따라서 혈장제제 설비투자도 증가
② 인간 혈액 만이 원료, 문제는 혈장 확보
③ '더블'의 시대, 한국에 꼭 불리하지 않다
한일 양국의 '면역글로불린' 생산 경쟁, 이유가 있다
GC녹십자는 16일 충청북도·청주시와 중장기 투자협약을 맺었다. 회사는 2026년부터 2033년까지 8년간 오창공장에 5300억원을 투입하는데, 대략 1400억원을 20% 고농도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GC5136B' 전용 생산라인 구축에 배정했다.
GC5136B는 녹십자가 5대 최우선 파이프라인 중 최상위 자산으로 꼽은 제품으로 현재 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 안착한 정맥주사제 '알리글로'에 이어 피하주사 시장까지 잡겠다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대 혈액제제 기업인 일본혈액제제기구(JB)는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새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JB는 기존 2개 공장 증강을 포함해 2040년도까지 약 2000억엔을 투자해 원료혈장처리 능력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와 성격은 다르지만 제제 생산과 수요 감당이라는 점에서 같다.
GC녹십자 직원들이 알리글로 포장을 하고 있다.
급성기 한 번 쓰고 말던 약, 이제 오래 많이 맞는다
면역글로불린은 오랫동안 원가율 높은 필수의약품 성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위상이 달라졌다. 과거 원발성 면역결핍 등 급성기 치료에 주로 쓰였지만 최근 만성염증성탈수초성다발신경병증(CIDP)과 다초점운동신경병 등 신경 자가면역 질환까지 처방이 넓어졌다. 급성기 한 번 쓰고 마는 약에서 수년간 정기적으로 맞는 약으로 바뀐 것이다.
정기 투여는 수요의 크기를 바꾼다. 급성기 치료는 위기를 넘기면 투여가 끝나지만 만성 신경질환 환자는 수개월에서 수년간 주기적으로 투여받아야 한다. 환자 한 명이 쓰는 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다. 진단 기술이 발전하고 숨어 있던 환자가 발굴되면서 처방 저변도 함께 넓어졌다.
수요를 늘리는 또 하나의 축은 항암제다. 최근 국내 개발 신약으로 허가 받은 '림카토'가 속한 CAR-T 치료제는 암세포를 겨냥하는 과정에서 항체를 만드는 정상 B세포까지 함께 사멸시킨다. 항체를 찍어내던 공장이 멈추는 셈이기에 감염을 막으려면 건강한 헌혈자의 혈장에서 모은 면역글로불린을 반복해 투여해야 한다.
그 필요성은 최근 대한혈액학회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론됐다. 김석진 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CAR-T 치료 뒤 B세포 고갈 현상이 수개월에서 2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면역글로불린 수치를 조절하기 위한 면역글로불린 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CAR-T와 이중특이성 항체는 다발골수종·림프종 등을 넘어 적용 가능한 암종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치료받는 환자가 늘수록 그 뒤 감염을 막기 위한 면역글로불린 수요도 함께 커진다. 해외 기준은 예방적 투여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미국 33개 암센터가 참여하는 학술네트워크 NCCN은 CAR-T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의 면역글로불린 수치가 400mg/dL 아래로 떨어지면 감염이 없어도 투여를 권고한다. 유럽종양학회(ESMO)도 400~600mg/dL 구간의 예방적 투여를 표준으로 제시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이렇게 수요가 늘어나는 세계 면역글로불린 시장이 2022년 134억달러에서 2032년 25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료를 대는 혈장분획제제 시장도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 집계 기준 2024년 337억달러에서 2034년 653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봤다. 면역글로불린은 2024년 기준 혈장분획제제 매출의 약 47%를 차지한다.
혈장은 부족... 생산능력 확보한 기업이 수요를 가져간다
문제는 수요다. 하지만 수요가 는다고 생산이 곧바로 따라붙지는 않는다. 면역글로불린은 사람의 혈장에서만 뽑아낸다. 완제품 출하까지 1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설비를 미리 늘려두지 않으면 커지는 시장에서 물량을 대지 못한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 아시아의 기관들과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다.
먼저 생산 능력을 확보한 기업이 커지는 시장을 가져간다. 지금의 증산 경쟁은 미래 수요를 가져가기 위한 선점 다툼이다. GC녹십자가 1400억원을 쏟는 이유도 이 구도안에 있다. 미국 자회사인 ABO홀딩스를 위해 원료를 확보하는 한편 제품은 편의성 높은 20% 피하주사제를 개발해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GC녹십자의 알리글로는 올해 1분기 매출 3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4배 수준의성장을 이뤘다.
결국 새로운 경쟁 국면은 ①의료계의 처방 전환 ②적응증의 확보 ③혈장 확보만큼 중요한 생산시설이 맞물린 환경에서 펼쳐질 것이다. 면역글로불린은 세계 의약품 시장의 핵심 제제로 떠올랐다. 문제는 혈장의 확보다.
이우진 수석 기자 wjlee@hitnews.co.kr
출처 : 히트뉴스(https://www.hitnews.co.kr)